Jiyoung LEE
율량유치원 계획안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내에 신축되는 공공유치원의 경우 수요에 따른 기능적 충족을 넘어 도시환경적 차원에서 공공건축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 도시환경적 차원에서 공공건축의 역할이란 지역 주민들에게 운동장을 개방하고, 일부 시설을 이용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도시경관적 차원에서의 장소적 정체성(identity)도 포함한다. 장소적 정체성은 주변 건축물의 형태적 특징, 자연적 요소 등 다양한 요소들로 표출될 수 있지만, 공공의 기억에 공유될 수 있어야 하기에 우선적으로 전제되는 것은 경관구성요소로서의 입면의 공공성과 시간적 지속성이다.
청주 율량택지개발지구에 신축예정인 율량유치원의 경우 지구내에 다른 공공기관의 유치가 없으므로 인접대지에 신축 중인 율량초등학교와 함께 택지개발지구 내의 공적인 성격을 갖는 중심시설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편견 및 건축 프로그램을 외형적으로 표현해야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공공건축으로서의 장소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간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 계획안에서는 도시맥락적인 관점에서 시간과 함께 지속하는 장소적 정체성이 유치원의 입면계획에 표현되었다. 남측입면에 설치된 햇빛 놀이공간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축적되는 집단의 기억을 장소적 정체성의 구현수단으로 적용한 것이다. 또한 입면디자인에는 시간의 흐름을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연친화적 재료를 도입하였다.
또한 유치원의 주된 이용자인 어린이들의 관점에서는 놀이를 통한 학습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으며 공간구성에서도 놀이공간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발전적 제안이 될 것이다. 유치원의 학습공간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여 어린이들간의 상호작용을 자극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기존의 획일화된 공간을 탈피하여 계획안은 자연현상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고, 놀이를 통하여 신체성, 사회성, 감성, 창의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학습의 공간으로 계획되었다. 특히 교실내부에서의 햇빛놀이공간과 다락놀이공간은 색다른 곳, 높은 곳, 폐쇄적인 곳의 성격을 띠고 있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체류의 놀이장소로서 놀이를 통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도시지역 유치원생의 놀이는 주로 외부공간에서의 놀이가 중심이 되어야하지만 안전에 대한 고려 역시 중요한 요소이며 외부놀이공간은 선생님의 행정시설 주변으로 배치하였다. 또한 놀이공간은 내·외부의 유기적인 관계설정을 위하여 내부 완결적 공간이 아닌 외부 지향적이며 내·외부가 상호 관입하는 유기적 공간구성을 지니는 것이 유효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구성은 다양한 동선과 매개공간을 통하여 실현가능하며 외부놀이터와 실내유희실을 연결하는 데크공간, 미끄럼틀과 기어오르기 놀이기구 등의 매개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개공간과 동선을 놀이공간으로 활용하여 내부공간에서 외부공간으로 다시 내부공간으로 연결되는 놀이의 순환동선은 유환구조의 이론을 적용한 계획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