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young LEE
상봉동근생 계획안
서울의 주거는 급속한 도시화를 맞이하면서 삶을 담아내기 위한 주거의 고민 이전에 불특정 다수의 도시민들을 “수용”할 보편화된 주거를 신속히 보급하는데 급급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우리들의 도시의 풍경은 개성없는 현대인들 만큼이나 삭막하다.
건축주는 30대의 젊은 부부. 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평범한 주택가 일각의 40평대지에 1,2층은 근린생활시설, 3~5층은 이들 부부와 그 동생 부부를 위한 주택이 들어선다. 보통 이러한 건축물은 경제논리를 반영하여 최소 비용으로 최대 용적률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건축주에게는 어쩌면 평생을 함께 할 삶터이자 일터를 마련하는 작업이었다.
1. Prologue
- 따로 또 함께 살기 : 도심속 땅콩주택의 진화
건축주는 2세대가 살 수 있는 주택을 원하였고 층간소음문제의 해소와 주호별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하여 층별 바닥면적 약 20평의 주택을 수평 분할하여 각 주호로의 진입 동선도 별개로 설치해 주기를 원하였다. 자연스럽게 땅콩집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지만 도심의 협소주택인 까닭에 주차장 확보를 위해 저층부의 대부분이 할애되었다. 따라서 도시근교에서 유행하는 땅콩집처럼 대지내에 공동의 마당을 소유하기는 힘들었다. 건축주 부부와 동생 부부가 함께 사는 도심형 땅콩집에서는 최상층의 일부를 할애하여, 공동의 마당인 옥상정원을 마련하였다. 이 옥상정원은 장차 두 집의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도 하며 여름 밤에는 두 가족이 함께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두 세대간의 커뮤니티의 장소가 될 것이다. 한 건축물 안에서 철저하게 독립적인 두 집은 또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을 갖게 된 것이다. 두 가족은 옥상정원의 한 켠에 심어지는 단풍나무에 서로의 추억을 담을 것이고 단풍나무도 두 가족의 희노애락을 기억할 것이다.
- 삶터와 일터의 공존
의류제조공장을 운영하며 직접 디자인도 하는 건축주 부부는 밤에는 요리주점을 열어 이웃이나 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삶을 꿈꾼다. 따라서 1층은 주도로에 면하여 요리주점(상봉키친)이 위치하고 2층에는 공장이 위치하게 되었다. 건축주의 동선은 1층의 현관에서 상봉키친과 공장을 거쳐 주택 내부로 까지 이어진다. 또한 동생도 이 의류제조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관계로 공장으로 연결되는 동선은 건축주의 주택 내부 동선과 직원 및 동생부부의 주택으로 연결되는 외부계단을 통한 동선이다. 이들은 모두 한 건축물 안에 삶터와 일터가 동시에 존재하는 어쩌면 초현대적인 라이프사이클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수직동선의 의미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삶터와 일터 사이의 전이과정이다. 그래서 각 주호의 수직동선은 일상적인 출퇴근 과정에서 느끼는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공간이다. 특히 1층에 위치한 상봉키친은 건축주 부부의 주방으로도 사용될 예정이어서 사적이기도 하고 공적이기도 한 양면적인 공간이며 건축주의 수직동선인 주택의 내부계단이 이 모든 공간들을 연결하고 있어 이는 경계가 모호한 삶터와 일터 그리고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을 하나로 엮어주면서 구분하는 장치이다.
2. Concept
- 도시와의 관계맺기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외모는 늙어가지만 속으로는 여유로워지고 관대해 지는 것처럼 건축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외관은 변모해 가지만 우리의 삶과 함께 공존하는 무대이기도 하고 함께 늙어가는 기억의 저장고인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을 외관에 반영하면서 주변과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나무를 주 재료로 한다. 입면은 나무와 콘크리트, 스터코 플럭스의 재료로 표현되는 복잡한 매스와 다양한 프로포션의 창들이 결합된 콜라쥬 방식으로 구성된다. 주변의 벽돌 혹은 벽돌형 타일의 건물들, 필요에 따라 열린 제각각의 창들처럼 보편화된 작은 공간의 연속선상에 새로이 삽입되는 건물로서 이러한 방식은 완성적이고 독립적인 오브제가 아니라 주변과 유사성을 지니는 연속적 파편들의 콜라쥬를 통한 관계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즉 기존의 것을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피사체가 됨과 동시에 기존의 파편화된 건축물의 배경이 되는 것이다.
- 도시속의 작은 커뮤니티 공간
1층의 주 도로에 면하는 상봉키친은 7.5평의 작은 공간으로 북서측으로 2개면에 폴딩도어를 설치하고 개방감과 함께 도시를 향한 공간적 연속성을 확보한다. 또한 폴딩도어를 개방하여 일자형 카운터에 테이블을 연결하면 내, 외부공간이 상호 관입하여 상봉키친은 도로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도로는 상봉키친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아침에는 건축주 부부의 사적인 다이닝 스페이스이며 낮에는 공장직원들의 식사장소, 밤에는 지인이나 마을사람들의 작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며 이는 마치 마을입구 정자나무 아래에 놓여진 평상처럼 이웃들과 소통의 역할을 하는 도시구조물인 것이다.
3. Space & Technology
- 켜 ; Layer
대지의 북측은 4미터 도로에 면하고 있어 일조권 사선제한의 법적 규제가 적용되는 일반적인 대지이다. 따라서 북측입면은 상부로 갈수록 셋백(set back)되고 공장과 동생부부의 주택을 연결하는 직선계단이 외부로 노출되고 있어, 법적규제와 프로그램의 솔직한 노출로 인해 복잡하게 들쑥날쑥한 입면을 갖게 되었다. 북측의 복잡한 입면을 정돈하기 위하여 입면에 투시형 가벽을 설치하였고 이는 2층 공장으로의 빈번한 동선 및 건축주의 주택현관과 주변과의 시선교차를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간섭을 배제하며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공간의 켜, layer이기도 하다. 재료는 경량철골 C채널을 사용하여 루버형 스크린을 설치하였다. 이 루버형 스크린은 주된 프로그램의 하나인 의류제조공장의 이미지를 반영하여 텍스타일적인 패턴을 시도하였다.
- 공간의 전이
이러한 협소한 대지에 들어서는 건축물의 경우에는 대부분 그러하듯이 경제성을 따지자면 당연히 하나의 계단에서 모든 공간으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경우 외부로 노출되는 공적인 계단과 함께 건축주만을 위한 사적인 계단이 공존한다. 이 사적인 계단은 건물전체를 하나로 엮어주는 중심적 공간이며 북측도로에서 진입하는 현관에서부터 3층 거실로 연결되기까지 외부공간에서 내부공간, 또한 공적공간에서 사적공간으로의 점진적 공간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내부공간은 현관을 통과하면서 동측으로 루버형 투시벽체를 통하여 상봉키친과 동측도로를 바라본다. 벽과 바닥의 마감재는 돌과 타일을 사용하여 반 외부적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돌을 얇게 쪼개 적층한 계단의 벽면은 공적공간에서 사적공간으로의 점진적인 전이과정을 표현한다. 계단을 오르면 서측으로 공장이 연결되고 남동측으로는 커튼월로 돌출된 2개층 높이의 계단참에서 다섯그루의 자작나무와 그 너머로 지나가는 행인이 보인다. 남향의 이 계단실은 건축주의 애묘(愛猫)인 뱅갈고양이 두마리가 햇빛을 쬐고 졸기도 하는 고양이 타워이다. 3층으로 오르면 주택의 거실이며 계단실과는 벽과 바닥의 마감재 그리고 천정고를 일치시켜 공간의 연속성을 부여하였다.